열 살 때 원의 개념을 배웠다. 주어진 길이의 지름을 가진 원을 정확히 그려내야 하는 시험을 봤다. 원의 중심에 바늘을 신중히 찍었는데도 자꾸 구멍이 났다. 컴퍼스라는 무기로 난도질한 시험지를 들고서 귀가하던 길. 현관문 앞에서 머뭇대던 날이 기억난다. 부모님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내가 들고 있는 건 시험지가 아니라 폐휴지에 가까웠으니까. 
새하얀 벽 위에 걸린 작품을 본다. 도통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붓 자국들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별자리처럼 흩어진 점과 선을 모아 형상을 만들어보려고 애써본다. 중심을 찍고 원을 그려내듯 머리를 굴린다. 그러나 지름도, 그렇다 할 중심점도 정해지지 않은 시험지에 남게 될 것은
단지 구멍이다. 관람선 뒤에서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다면. 
문제는 너무 춥다. 버스를 기다리며 사람들 남극 탐험 로망을 왜 가지는건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멀리 시베리아까지 안가도 된다. 영하 15도 서울 오면 됨. 아 추워서 타자가 안쳐져... 라고 친구에게 시덥잖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때쯤.
눈 달린 상자랑 눈 마주침. 
이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A. 추워서 웃음도 안나고 휴대폰 꺼내기도 무리고 귀는 얼얼하지만 시선을 무시한 채 갈 길 간다. 
B. 따뜻한 실내에 들어가서 상자들의 정체들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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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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